한라산, 그 긴여정...
한라산이라는 말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던 시간이있었다
한라산을 간다는 공지가 올라온걸 보고
저기 가는 사람은 참좋겠다 부러워만 했다
내 여건이 도저히 갈수가 없는 상황이라 꿈도 꾸지못하고 있는데
가고 싶은 맘만 가득했는데
가라고 부추기는(?)는 사람으로 인해서 무턱대고 꼬리를 달고는
걱정반 기대반으로 하나 하나 정리를 해나가기 시작햇다
아이들을 돌봐줄곳도 정하고 부탁하고 준비하고....
드디어 금요일 ....
4시땡과 동시에 삼실에서 총알같이 튀어나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동인천역에 내려
버스를 탈려고 보니
아이구~~~ 반가운 얼굴들이 있네 그려..
연안부두에서 많은 다음인들을 만나고
그사이 라면을 맛나게끓이시는 나루님 옆에서 저녁겸 라면을 먹고 ㅋㅋ
드디어 승선...
자그마한 다다미 방에서 옹기종기모여앉아서 수다도 떨고 여기 저기서 나오는 술과 음식들..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내 몸 하나도 챙겨나오기 정말 바빴는데 언제 저런걸 다 준비했나 싶게
잡채며 샐러드 오징어무침까지...
산만 잘 오르는게 아니라 음식까지 잘들 하시는거 같앴다
입만 가지고 간 내가 참 송구스러운 순간이였다 ㅋㅋ
까만 밤바다를 가르는 배위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고 같이 술도 나누어보고...
밤하늘의 별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선상에서 열리는 불꽃놀이..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광란(?)의 춤을 추고있는데 난 그 불꽃이 왜 그리 슬펐는지
알수 없는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렷다..
들뜬 마음들로 잠을 이루지 못한채 아침을 맞이하고
제주항에 도착해 한라산으로 향해서 출발..
눈이 다져진 길에서 비껴나면 무릎까지 빠지는 눈때문에 앞서가지도 못하고
한줄로 죽이어진체 산행이 아니라 행군을 하는기분으로 진달래 대피소까지 두시간을 넘게 걸엇다.
12시 전에 대피소를 통과해야만 백록담을 오를수 있다고 했는데 진달래 대피소 전에 벌써 12시는 넘어버렸고...
어떻게 된일인지 12시가 넘을 시간에 도착을 했는데도 통과를 시켜주길래 밥먹는것도 마다하고 열심히 백록담을 향해서 전진.............
눈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눈과 어울어진 구름은 또 무어라고 표현해야하나?
나무에 쌓이 눈은 이미 다 얼어서 얼음이 되어있었고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어린 나무들은 쓰러진채
긴 겨울을 견디어내고 있었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중에 부는 바람도 만만찮았고
다져지지 않은 눈으로 인해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는 순간
백록담이 보였다
달력에서 보았던 파아란 물이 고인 백록담이 아닌
하얀 눈만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구덩이.. 그래 호수는 아니였다. 그건 그냥 커다란 분화구에 눈이 가득담긴 모양새일뿐이였다
급하게 몇장의 사진을 대신하고
하산길은 뜀박질로 시작이 되었다
스패치를 하지 않았던 내 발속엔 눈이 들어가서 물기가 베이기 시작햇고
경사진 하산길을 다 내려온 뒤에 발가락들은 물속에 잠긴채 개구리 소리를 내는거 같앴다
시립다는 느낌은 벌써 없어진채 빨리 내려가야한다는 맘 하나만으로 걷는것보다는 뛰는걸로
하산을 대신한거같다.
우여곡절끝에 다시 서울로 오는 배에 오르고
낼 불암산을 가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술한잔 하자는 청을 다 뿌리친채...
설핏 설핏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파도가 심한 바람에 배가 늦게 도착해서 불암산을 갈수 없게 되어버리고
일출도 제대로 보지 못한채
인천에 도착한걸로 나의 이박삼일 제주도 여행은 끝이 났다...
불암산 못갈줄 알앗음 그 밤을 꼬박새면서 놀걸 ㅋㅋㅋ
긴 여정속에서
아이들도 직장도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나 혼자만 생각할수 있는 시간이였다
남들에 비해서 망각의 세포가 유독 발달해 있다고 생각햇는데
아닌가보다
하루가 지날수록 한달이 지날수록 일년이 지날수록
더 깊이 더깊이
내 뼈속에 각인되어지는 기억들 때문에 힘이든다
나자신을 정리해야겟다고 다짐하면서 배에 올랐지만
배에 내리는 순간까지도
난 나 자신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사랑할수 없음을 아는데
사랑은 집착이 아님을 아는데........
앞으로 주어질 나의 시간들에
평온함만이 주어지길 원해보지만
나약한 나 자신으로 인해 난 갈등과 번민과 고뇌로 많은 밤들을 지새울거 같다
그 많은 밤 같이 해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을 안다
내 아픔을 느껴주고 보듬어줄 사람이 있음을 안다
내가 아파하면 다독여주고
눈물 닦아줄 사람있음을 안거
그 사람은 어느순간 어느때이건 내곁에 머물러있음을
이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