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7.13. 화야산의 삼겹살~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아니 우리 가족들은 고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심하게 좋아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아침에 고기를 구워먹는다.
5-6시에 고기구워서 아침을 먹는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본다.
그 시간에 고기 안먹어본사람들에게 말해봐야 그맛을 어캐 알겠어~ ㅎ
화야산..
가본거 같기도하고 아닌것같기도해서 블로그를 뒤져보니 두 번이나 다녀온곳이다.
그래도 삼겹살을 굽는단다. 그것도 숯불에....꿀꺽~ 훅 땡긴다...
태닝하고 비키니입고 조각 근육가득한 몸으로 프로필 사진을 꼭 찍고싶다는 조카 때문에 당분간 우리집은 고기를 굽는 행위가 금지되었다.그럼 뭐 할수없이 나가서 먹고 와야지...
합정에서 출발 화랑대입구에서 전원탑승~
하하호호 웃는 사이에 강남금식기도원 도착... 대장님의 인솔로 간단 체조후
총무님과 또 한분은 남아서 우리가 내려와서 먹을 고기를 준비하신단다... 미안해지는 순간...
덥다..습하다...땀이 줄줄 흐른다...계곡이라 바람한점없다...
마른 장마로 계곡물은 찾아보기도 힘들고 메말라버린 계곡을 보는 내 맘도 버석거린다.
그래도 숲길이라, 그늘길이라 천천히 걸을만은 한듯하다.
정상 오르기 전에 점심을 먹고 사진찍기 놀이도 하고...
정상부근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뾰루봉을 향해 걷는다.
바람이 너무좋다. 너무나 싱그럽다. 두고가기 아깝다.
이 바람을 배낭가득 넣어가지고 갈수있었으면 좋겠다.
살다가 힘들어지는 그날,
그순간 이 바람 한줄기 꺼내 내 맘에 쐬여주면 스르르 그 힘듦도 사라질것같다.
절골로 내려선 하산길... 너들과 마사토로 여기저기서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여지없이 나도 삐끗...생각이 많으면 늘 스텝은 엉킨다.
놓아버려야할 생각들에, 던져버려야할 쓰잘데기없는 생각들에 내 스텝이 엉키고 있었다.
하나둘 버려가며 내려선 하산길...마음이 조금은 가볍다.
삼겹살을 만나러 가는시간...왜 차는 밀리고 이러는지...
결국 차에서 내려 걷기로한다..
수고로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찬거리들..애벌로 구워둔 고기들..그리고 김치전..구운감자...
군침이 돈다.
손도 씻지 않고 비닐장갑끼고 부추겉절이를 하고 김치를 나누고...
마련해준 자리에 앉아 삼겹살한점을 입에 넣어본다..
아이구 맛나라~~ 이 맛이여~ 아~ 행복해라 ㅋ
아무말도 안하고 먹고 먹고 먹고 또 먹고...
누가 말 시킬까봐 고개도 푹 숙인채 먹고 먹고 또먹고~
오늘 이 삼겹살 내가 다 먹어 치우리라~
아.........근데 이게뭐야!!!...왜 배가 부르지?
이러면 안되는데...아직 더 먹고 싶은데...
화가난다..에이!~좀 돌아다녀봐야지...그럼 또 먹을수 있을거야 ㅋ
강으로 휘~ 한바퀴 돌아봤는데 별로 변화가 없다...
그만 먹어야하나보다...
아깝다....
억울하다...
ㅠ.ㅠ
삼겹살에서 마음을 뚝 떼놓고 평상에 자리를 깔고 누워 하늘을 본다.
느티나무 잎의 녹색이 눈에 가득하다.
이제 저 짚푸른 녹색의 무섬증에서 조금은 벗어났나보다.
견딜만하네....가만 가만 눈감고 바람을 느껴본다.
해질녘 강가의 시원한 바람이 내 몸으로 스며든다.
가물가물 의식이 놓여지는 순간...출발해야한단다..
에휴~
타인을 위해서 뭔가를 준비하고 나누고 알려주려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늘 존경스럽다.
자일을 사서 일일이 잘라서 끝마무리를 하고 그것도 모잘라
매듭매는법을 공부하여서 땀뻘뻘 흘리면서 가르치시는분..
자기 산행도 포기하고 이 한여름에 뜨거운 불앞에서 고기를 굽고
전을 굽고 그것도 모잘라 먹는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하시는분들...
내 한몸 산행하기도 버거운데 무거운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힘든내색 없이 이사람 저사람 모습 담아주느라 애쓰시는분들...
아무런 계산없는 그런 순수한 마음을 받을때 참 행복하다.
내가, 나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 되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멋진 화야산과 더 멋진 사람들과 보낼수 있었던 여름날의 하루...
행복이다. 감사함이다. 그리고 소중히 간직할 추억이다...
아침에 본 글 중에서 혜민스님의 이 글이 오늘 가슴에 새겨진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릴때가 있지요.
이럴때 사랑인지 아닌지 알수있는 리트머스지와 같은 질문이 있습니다.
“내것을 마구 마구 퍼주어도 아깝지 않습니까?”
하나도아깝지 않으면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