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넘 즐겁데 다녀온 제주여행의 기억때문이였을까?
공지가 뜨자마자 유심히 보게 되고 둘레길 걸었던 분들이 같이 하기로 하고
뱅기표도 즐거이 예매했는데..
날이 갈수록 뭔가 삐걱거리는 기분....
내 성격탓이려니 했다
정해지지 않으면...뭔가 제자리에 딱 딱 정해져있지 않으면 불안한 내 성격탓이려니했다
이런 저런 고민들도 많았지만
약속이니
좋은곳에 가는것이니
그냥 즐겁게 지내다오면 되리라 생각했다.
뭔가 아니다 싶을땐 과감히 돌아서야한다는걸 느낀 시간들...
첫날 우리들만의 제주는 환상 그 자체였다.
5일장 들려서 시장도 보고 여기저기 가고싶었던곳 가보고 맛난것도 먹고..
깔끔하고 저렴한 숙소에서 따뜻하고 편하게 자고 토요일 아침 공항에서 일행들을 만났다.
기상악화로 모든 스케쥴은 캔슬되었고
뭔가 다른 대안을 찾은듯한 대장의 인솔하에 움직여본다.
공항에서 바로 서울로 돌아가자는 나의 의견은 묵살된 상태(최소한 지킬건 지켜주자는 분들의 의견에 따라)
오늘 돌아갔음 한다는 내 의견을 대장님께 비추었지만
그 의견에 대해선 함구한다. 물론 그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모슬포쪽으로 이동해서 먹은 돈까스 그리고 누룽지해물탕수육
돈까스는 먹을만 했지만 누룽지 해물탕수육은 음....그냥 전분탕이라는게 맞을듯...
일행들의 의견에 따라 내일 기상봐가면서 일찍 출발하는것으로 결정하고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을 둘러본다.
따뜻하긴 따뜻하나보다. 여기저기 수선화가 곱다.
유채꽃도 피어있네...
버스로 이동한다.
정방폭포와 서복전시관
절반은 지고 있고 절반쯤은 피어있는 동백이 햇살에 빛이 난다.
칼라인님은 정방폭포에서 옴팡지게 바가지를 쓴다.
씁쓸한 해삼이다.
숙소로 이동...
중국사람이 빠져나간 제주 숙소들의 가격은 굉장히 저렴해져있었는데
우리가 가려한 추자도나 영실과는 이동코스가 전혀 맞지않은 이 숙소로 정했는지 총무에게 물어본적이 있다
괜찮은 곳이라고했다.작년에도 갔던곳이라 좋은곳이라고 했다.
도미토리 형식의 게스트하우스..
하룻밤 자고 나가는거 좀 불편하면 어떠하냐 싶은맘을 자꾸 들게 한곳이다.
여자들 숙소엔 따뜻한물이 나오질 않았고
욕실은 음....
부엌식기류는 기름기가 제대로 지워지지 않았고
서랍엔 여행객들이 남기고 간듯한 이런 저런것들이 마구 섞여있다. 보물찾기다.
회를 주문해서 가지고 왔는데
테이블은 3개. 회는 다섯접시. 테이블당 하나란다. 한테이블에 5-6명이 앉아야한다.
회를 한접시씩 세팅하고 두접시를 따로 두길래 왜 그러냐 했더니
어느분인지...비상용이란다
뭐에 대한 비상용? 누구코에 붙일려고 한접시씩이냐고 그냥 다 풀었다. 비상이 해제되어버린 순간이다.미움은 증폭되었겠지만...
술..
정말 많이들 마신다.
한라산 소주...끝도 없이 나온다.
맛있는 저녁먹고
향좋은 커피 마시면서
다과를나누던...술이라고 해봤자 맥주 두어캔 소주 두어병이 전부였던
둘레길의 풍경이랑 비교가 되는 순간이였다.
찬물에 세수하고 발만 씻고 잠시 누워본다.
아래층은 술판이 아직이다.
준비한 과일을 씻어서 내놓아 본다.
다들 잘 먹는다.과일을 안좋아한게 아니였구나....
이제 그만해도 싶을만큼의 시간이 지났으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음악소리또한 더 커지고 있다.
좀 심하다.
그 와중에 술로 인한 불미스런 일들까지 벌어진다.
가관이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내려가서 음악소리 낮춰달라 부탁하고
그러고도 한참이 지난후 자리가 파해진다.
다들 잠이 든 시간
바람이 너무나 세차다.
창문을 내다보니 눈보라가 장난이 아니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 잠시 눈을 붙였나보다.
저녁에 먹다 남은 매운탕이랑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끓여다준 김치찌게랑 김밥이 있다는
총무님 말에 부엌에 내려가보니..
김치찌게는 보이지도 않고(나중에 보니 김치찌게는 플라스틱통에 담겨서 차거운채로있었고 김밥은 검은 봉지에 담겨 존재감이 없었다)
매운탕을 데워서 몇몇은 반찬도 없이 그 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있다
준비해간 밑반찬을 꺼내고
한라산 등반에 먹을려고 준비했던 발열도시락으로 아침을 대신해본다
누가 설겆이하라고
자기 밥그릇 자기가 씻어야지 그걸 그대로 씽크대에....
정말 적응안된다.
총무님이 고무장갑을 낀다
모든게.. 그 어떤것들이..누구든..
다 똑같을순없겠지만 이곳은 우리랑은 맞지가 않구나 하는 생각 하게된다.
추자도 배가 뜨면 추자도를 간다고 간밤에 대장님이 말씀하셨는데
추자도는 당연히 꽝이다.
추자도 못갈바엔 그냥 공항으로 가는것으로 이야길 해본다.
역시나 대답은 없다.
얼지않은 해안도로로 조심조심 차로 움직여 섭지코지..
눈보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갔던 사람들도 금방 들어오고..
이제 공항으로 가나 싶었는데
또 지미오름으로 간다
속은 탄다. 뉴스는 연신 항공기 결항이라는데 왜 저러시는지 이해가 안된다.
아무리 분량을 뽑아야한다지만 이 선택은 아닌듯싶다
지미봉 올라갔던 사람들은 좋은 풍광을 보고 왔다고 만족해한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젠 공항으로 가겠지 싶었는데 무슨 동굴을 간단다.
헉~~이다
출발전부터 중간에서 우리는 버스로 갈아타고 공항으로 간다고 했으나 들은척도 안하고
일정을 진행시키는 대장에 대해 서운하기까지 했다.
더 이상은 아닌것 같애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간다고 내려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다.
그제사 수긍하나보다.
기사아저씨의 재치로 버스정류장에서 직행버스로 갈아타고 공항도착..
여기저기 뛰어다닌결과로 일부는 바로 출발도 하고 우리도 3시 비행기로 체인지 할수있었다.
점심을 먹고 롤러코스트같이 흔들리는 비행기를 타고 김포도착
그제사 안도의 한숨을 쉴수있다.
일행들과 함께한 1박2일...
다름을 인정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완장을 찬다고해서 그 완장에 대한 값어치를 다 하는건 아니라는것도 알았다.
물론 내가 그 완장을 찬다고 해서 그 대장만큼 잘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쩌면 더 버벅댈지도 모른다.
천재지변을 어쩌겠는가..
하늘이 허락치 않는일을 인간이 어쩌겠는가..
그런것에 대해서 누가 뭐라하나? 그런 상황에 대해서 누가 불만을 표출하나?
다만
그런 경우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융통성있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발휘할수있어야하지 않았을까?
냅다 술만 마실것이 아니라
뒷날의 일정에 대해서 회원들이랑 의견도 교환하고
생각한 일정이 있음 같이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이였음 싶었는데
낼 일정에 대해 질문하는것이 마치 금기사항인양 되어있는 그 분위기...
일정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수는 없겠지만
이런 천재지변의 상황에서는 회원들의 의견도 수렴해줘야하는게 리딩자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공동준비물이라고 쌀두컵. 과일.김치1.밑반찬1 이라고 적었길래
착실히 준비해갔더니
상위에 있는건
우리가 사간 밑반찬과 우리가 사간과일과 어느분이 가지고오신 김치랑 멸치볶음이 전부다.
서로에게 피해주지 않기위해 숟가락 하나라도 더 자기가 설겆이 하려 팔뚝 걷어부치던 사람들이 있었다.
제발 조금만 가지고 오라고 부탁을 부탁을 하게 한 사람들이 있었다.
내 주머니는 쉽게 열었지만 상대의 주머니는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힘든일. 험한일. 하기싫은일들을 마주했들때 서로 하려했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사탕하나라도 서로 나누려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고운사람들과 일년의 세월을 보낸탓일까....
이번 제주는 힘든 시간들이였다.
물론 상대방들도 우리들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을것이다
서로 너무나 달랐으니.... 두리뭉실 넘어가도 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조합이였으니....
이런 여유있는 시간을 가진게 정말 오랫만이라는 총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술에 취해
해서는 안될말을 하고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것으로 시간을 허비하는지.....
그런 여행에, 그런 산행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그런 일들이
나에겐
그리고 우리 일행에겐 굉장한 스트레스로 왔었던것같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시간들 속에서 행복했던 기억들만 남으리라 믿어본다.
그래야만 한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