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 지리종주를 나섰는데 일행중 피치못할 상황이 발생하여 세석에서 거림으로 하산했다.
그 숙제를 하러 다시 길을 나서본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백무동으로 출발(밤11시50분)
4시간정도 걸린다고 하더니 3시간10분만에 도착했다.
백무동주차장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4시 가까운 시간 한신계곡으로 올라본다
잘 만들어진 길... 도란 도란 이야기가 계곡물소리에 갖힌다.
여명이 밝아올무렵 가내소폭포를 만나고 조금씩 오름을 시작해본다
날이 밝아지는 만큼 오름은 거칠다. 죽을맛이다.
폭포를 만나서 쉰다. 발도 담궈본다, 얼음장이다.
놀며 쉬며 걷다가 만난 세석대피소...
부지런한 산꾼들이 다 빠져나간 시간이라 한산하다
대피소에서 햇반과 물을 사고 목살을 구워서 맛난 아침을 먹는다
배도 채웠으니 이제 다시 출발..
세석을 뒤로하고 길을 나서본다
부른배를 끌어안고 땀을 한바가지 흘린후 도착한 촛대봉..
장관이다
하늘빛은 어찌 저리도 고운지
넘실대는 구름이 환상이다
참 복받았다.
한참을 노닐다가 연하선경을 만나러 다시 ~~~
자잘한 오름내림은 이제 아무 문제도 없다 ㅎ
오늘 지리산엔 사람이 참많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용기를 주고
서로에게 힘을 보태어준다
드디어 만나는 연하선경...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가슴을 시리게 하고
온몸의 땀을 식게하고
내 호흡을 내 숨을 청결케했다.
다리는 돌길을 걸었지만 마음은 꽃길을 걷는다
아니 길 양쪽에 핀 온갖 야생화로 너무나 행복하다.
비비추,동자꽃.모싯대. 벌개미취. 며느리밥풀.원추리.산오이풀.산수국.참취.산구절초 등등...
이름도 알수없는 꽃들의 잔치다.
땀을 식혀주는 바람속에 꽃향기도 잔뜩 베어있는듯하다.
장터목에 도착하여
서울 올라가는 차시간을 변경한다
우리가 너무 많이 쉬었다
바람에 취해
꽃에 취해
하늘에 구름에 취해....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초과해버렸다.
하지만 그 모든것에 취하지 않을수없는 지경이니`~
서서히 안개가 몰려든다
하늘은 컴컴해지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뿌릴 기세다.
이 시원함을 등에 업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봉을 오른다
사람의 이기심으로 제석봉은 그 옛날의 아픔을 기억하는 고사목만이 남아있을뿐이다
안타깝다.
드디어 통천문...
천왕봉까지는 700미터..
그러니 이 700미터는 그냥 700미터가 아니였다.
힘겨움을 잠시 두고
체리와 자두로 원기보충하며 땀을 식힌다.
다시 힘을내서 도전~
드디어 천왕봉 1915...그곳이다.
바람이 거세다
잠시 머물고 하산...
끝없는 계단길과 너들길..
아구 힘들어라..
체력은 점점 고갈되어가고 물을 마셔도 갈증이 나고..발바닥은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로터리 대피소 도착...
순두류에서 중산리까지 가는 순환버스 막차시간은 오후6시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은 넘을듯하다
중산리 개인택시를 찾아서 전화를 해본다
순두류까지 와줄수있다고 한다
감사하다
마지막 힘을 짜내고 짜내서 순두류까지...
10여분후에 택시가 도착한다
기사님이 우리들에게 내민건....
세상 시원한 수박.........
완전 대박이다.
산행이 힘드셨을거 같애서 가지고 오셨단다
원지 도착해서 추어탕집으로~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서 대충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는다
하루종일 찬것만 먹었더니 속이 말이 아니였는데
따뜻한 추어탕 국물이 들어가자 온몸이 녹아내리는듯하다
경상도식 추어탕에 산초가루를 톡톡 넣어 먹는 그맛이라니...
어릴적 엄마가 해주신 그맛이다.
원지에서 서울까지 3시간10분이란다
차에 몸을 싣고 2-3분후부터 기억이 없다. 눈을 뜨니 서울이다.
사람이 이렇게도 잘수가 있구나 싶다.
성인의 몸엔 60%가량의 수분이 있다고 한다
이번 지리산에서는...
내 몸속의 수분이 다빠져나오고 다시 들어간듯하다
수분 리셋~~
땀은 나는게 아니였다
그냥 흘러내렸다
이 더운여름에 왜 그 고생을 하느냐 하는데
왜 했을까?
지금...
지리산의 야생화들. 바람들. 하늘들. 훠이 훠이 늘어진 산맥들..
지리지리한 너들길조차
벌써 그립다.